[子路 3] “정치를 부탁 드리면…”

  안녕하셔요!
  효자리모콘(?)... 흔히 저와 같이 어린 사람들이 쓰는 말중에 인간핸드
폰, 인간리모콘 같은 것이 있습니다. 또 조상절(젓가락)이라는 말도 있는
데 식사때 자신의 수저가 놓여있지 않으면 "이거 뭐! 조상절로 먹으라는..
" 하고 농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그 식으로 표현하자면 효자리모콘을 제가 쓰게 되었는데, 그 즉
슨 국산기계는 던져야 제대로... 하는 우문을 실천하는 바람에 리모콘이 
고장이 났구 결국 가까이 있던 효자손으로 저 멀리 TV의 버튼을 누르게 된
것이랍니다. 설마 아직도 저와 같이 그런 우문을 실천하는 분은 안계시리
라 믿습니다만은, A/S센터 특파원에 따르면 그도 안 그런 모양입니다(Hi!)

  오늘은 얼마간 소원했던 논어 한마디를 여쭈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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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子路曰.. " 衛君待子而爲政,하시나니 子將奚先.이니이꼬 "
  子曰.. " 必也正名乎인저 "
  子路曰.. " 有是哉,라 子之迂也.여 奚其正?이리이꼬 "

  子曰.. " 野哉라 由也.여 君子於其所不知,에 蓋闕如也.니라
           名不正,이면 則言不順.하고 言不順,이면 則事不成.하고
           事不成,이면 則禮樂不興.하고 禮樂不興,이면 則刑罰不中.하고
           刑罰不中,이면 則民無所措手足.이니라 
           故君子名之,인댄 必可言也.며 言之,인댄 必可行也.니
           君子於其言,에 無所苟而已矣.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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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奚 (해) 어찌 : 奚若 (해약) 어떻게, 어찌, 何如(여하)
      闕 (궐) 대궐, 여긴 제외하다의 뜻 : 闕疑 (궐의) 의심스러운 것은
                                                     버려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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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로가 공자께 " 위 나라의 임금이 선생님을 모셔다가 정치를 부탁 드리
면, 선생님께선 무엇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 " 하고 여쭈었다. 이에 공자
께서 " 반드시 명분을 바로잡겠다. " 고 하셨다. 

  자로가 " 그렇습니까? 선생님의 생각은 지나치게 우원하십니다. 왜 명분
을 먼저 바로잡으시고자 하십니까? " 하고 다시 여쭈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 유야, 너는 참 무식하고 무례하구나! 군자는 
자기가 모르는 일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법이다. 명분이 바로서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게 전달되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게 전달되지 못하면, 모든 일
이 성취되지 못하고, 모든 일이 성취되지 못하면 예악이 흥성하지 못하고,
예악이 흥성하지 못하면 형벌이 적중하지 못하고, 형벌이 적중하게 시행되
지 못하면 백성들은 손 발 둘 곳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군자가 사물에 이
름을 붙일 때에는 반드시 말로서도 순조롭게 전달되게 할 것이며, 말로서
남에게 전달된 이상, 반드시 실행 되어야 한다. 군자는 말에 있어 조금이
라도 소홀한 바가 있어서는 안된다. "                   ( 子路 세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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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孔子께서는 정치에 대해 '政者正也'(顔淵-열일곱번째장)라고 하셨으며,
또 齊나라 경공의 여쭘에 대해선 '君君, 臣臣, 父父, 子子'(顔淵-열한번째
장)라고도 하셨다 한다. 

  그러나 衛 出公에게는 '必也政名乎'라 하셨다. 출공은 자신의 왕위를 위
해 부친의 귀국을 막으려고 항쟁한 바 있어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이라 한
다. 

  오늘날 어느 임군이 정관정요를 탐독했다 하여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였
으나 그 정관정요의 주인공인 당 태종 이세민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중국에
서 손꼽히는 현황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왕위에 오른 부친이 양위하여 주지
않자 황태자인 형과 아우를 죽이고, 그리고 그 자신이 오늘날로 치면 경호
대장의 지위를 이용해 부친을 위협해 왕위를 받았으니 명분이라고 하는 것
은, 이름을 짓는다는 것이 결코 말의 유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명분이 바로서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改革이란 이름만 있을 뿐 改革이란
내용이 없는 것은, 재언하면 改革이란 명칭, 용어가 잘못 쓰여진 것이다. 
권위라는 이름만 있을 분 내용이 없는 것 역시 그 용어가 잘못 쓰여진 것이
라 하겠다. 

  오늘날 보건대 말은 순리로 통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기만하기 위함으
로 사용되고, 정치인은 약간의 거짓말을 하여도 된다는 것을 떳떳이 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흔히 말싸움 하고 있구나 하는 식으로 명분에 억
메어 있다고 비판하기를 좋아하는 언관들이 득세하고 있다. 그들이 기만한
다고 하면 그것은 그 명칭이 잘못 사용된 것일진데 어찌 그를 비판할 줄은 
모르고 앵무새가 되는 줄도 모르는가!

  말이 바로 서지 못하니 일이 되지 못하고 그러니 가장 고답한 예악은 천
시를 받게 되고 대중예술은 모두 저급인양 질투하는 지식인이란 허울을 쓴
말이 잘못 쓰여진 간판을 가진자가 많으니 예악의 적인 비지성적이고 비문
화적, 비가치적인 폭력과 악덕이 난무하고, 德治는 이상이라 얘기하고 형
벌의 공평은 모르는 소리요, 악덕의 시녀노릇만 하고 있으니 백성들은 손
을 둘 곳 조차 없고 모두가 죄인이 되어 높은 과징금으로만 다스려져야 하
고 강제, 폭력이 있어야만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모름지기 임군이라 함은 말이 순리되로 통하고 바르게 전달되게 하고, 일
단 언급한 이상 반드시 실행이 되어야 할 것일진대 오늘날 군자는 말하기에
公約은 空約이 아닌가 라고 한다니 어찌된 일인가.

  혹자는 자로와 같이 오늘과 같은 바쁜 세상에 명분은 무슨... 할지는 모
를지나 孔子께서 '이놈, 무례한아! 모르면 잠자코 있어라'라고 꾸짖은 것
이 귀에나 들릴는지...

  고려말에 성리학이 들어올 때에는 실천의 덕이 있었는데 임란이후 떨어진
권위를 잡으려고 위로의 예만 따지고 언술만 발달한 유학이 되었으니 그야
말로 성리학, 유학의 명칭을 잘못 사용한 不忠, 不信한 일이 아닌가!

  총무장관이 명칭만 프레지던트 써서 임정의 초대대통령이 된 자는 조선조
마지막 과거에 낙방하고 임정에는 아니 중국에는 발 한발짝 딛지 않고 미국
의 어느 곳에 숨어서 돈만 요구하였는데 그를 재발견한다고 하는데 웃음이 
절로 난다. 명분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있을 법한 일이긴 한것 같다.

  그럼... 안녕히 계셔요...!                             1995.2.3.
  사로 올림                                             늦은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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