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進 21] “좋은 말을 들으면 즉시 행해야 합니까?”

  안녕하셔요!
  요즈음은 사법개혁이니 무슨무슨 비리니 하면서 법원주변이 시끌벅적하
다고 합니다. 집달관이 되면 얼마얼마를 법원장에게 주는게 예의라는 등의
얘기도 있습니다. 전관예우라면 의례 판사,검사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법원 행정직 공무원에게도 이 전관예우의 형태로 고관(최하 주사보 몇십년
, 보통 사무관 몇십년)에게만 할당되는 것이 바로 이 집달관이고 보면 얼
마간 어른께 주는 것도 예의일법 하지만요...

  대구나 경주같은 곳(부정없이 한달에 몇천만원의 수입을 강제집행 법정
수수료로 얻을 수 있음)의 집달관으로 배정받으려면 사무관 몇년 정도로는
어림도 없으며 김천정도도 주사보(계장)로는 힘들다고 하니 부정이 없어도
전관예우의 규정인 집달관 제도의 개혁이 있어야 하지만 기득권이라는 것
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듯...

  이런 풍토에서 35년(서기보시절 제외)을 청렴한 법원 공무원으로 지내다
은퇴하신 아버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는 없답니다. 어릴때에야 엄한 아버님
께 투정도 부리고 말썽도 부리고 사춘기시절의 이유없는 반항도 있었지만
... 이제는 그렇게도 강하게만 보이셨던 아버님께서 약하게 보이시는 모습
에 못내 아린마음이고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오비이락이라고 명예퇴임을 하시고 법무사를 막 개업하려는 찰라에 이런
저런 소리가 들리지만 한없는 믿음을 가질 수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개업식을 하시는데 아직도 어린 막내의 건강에 더 신경
을 써 주시는 것엔, 청출어람으로, 대성하기를 바라시는 것이 책임감으로
느껴지기 보단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와 항상 같이 다니는 것 같은
마음입니다.

  오늘도 역시 논어 한장을 여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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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子路問.. " 聞斯行諸?이꼬 " 
  子曰.. " 有父兄在,하니 如之何其聞斯行之!리오. " 
  염有問.. " 聞斯行諸?이꼬 " 
  子曰.. " 聞斯行諸!니라 " 

  公西華曰.. " 由也問에  ' 聞斯行諸?어늘 ' 子曰.. ' 有父兄在,라 ' 하
               시고 求也問에 ' 聞斯行諸?어늘 ' 子曰.. ' 聞斯行諸.라 '
               하시니 亦也惑,하야 敢問?하노이다 " 
  子曰.. " 求也退, 故로 進之,하고 由也兼인, 故로 退之.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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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斯 (사) 어조사. 여기서의 斯는 則. : 斯盧(사로) 신라의 옛이름.
      염 -> 再에서 一을 뺀 글자로 KS한자가 아님 
            ; 99세는 百에서 一을 뺀 白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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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로가 " 좋은 말을 들으면 즉시 행해야 합니까? " 하고 여쭈자, 
  공자께서 " 부형이 계시는데 어떻게 네 판단만으로 행할 것이냐? " 하고
답하셨다. 
  그러자 염유가 " 좋은 일을 들으면 즉히 행해야 합니까? " 하고 묻자, 
  이번에는 공자께서 " 들은 즉시 행하라 " 고 답하셨다. 
  
  이에 공서화가 아뢰기를 " 유가 ' 들은 즉시 행할까요 ' 하고 여쭐 때는 
                           '부모가 계신데 ' 하시더니 구가 ' 들은 즉시
                           행할까요 ' 하고 여쭐 때는 ' 들은 즉시 행하
                           라 ' 고 하시니 저는 망설입니다.  감히  그 
                           이유를 여쭈어 보고자 합니다. " 
                           
  공자께서 답하시기를 " 구는 소극적이고 은퇴적이니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라 했고,  유는 지나치게 적극적이고 행동적이
                        니 좀 뒤로 물러서게 한 것이니라. "
                                                  ( 先進 스물한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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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전쯤인가... 컴퓨터학습이라는 잡지에 주천님께서 대구막내, 저와의
에피소드를 연재하시는 컬럼에 소개하신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니 염려마라.. "라는 편지를 주셨었는데 수년이 지난 지금에
는 손수 소개하여 주시는 모습모습 역시 이와 같은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어떠한 배움을 체득한다고 하는 것은 이를 일컫는 것이 분명할 것입니다
소극적인 아이에게 만약... " 너는 너무 소심하구나... " 라고 한다면 그
아이는 분명 퇴보해 버리거나 아니면 지나친 만용을 부리며 이를 감추려 
할 것입니다. 저 역시도 고교시절 컴퓨터 동아리의 부장을 맡아서 선배의
이런 말씀에 그만 무서운 부장노릇을 하게 되었지 뭡니까...

  한가지 윤리를 만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참으로 교조주의 그 자체일 것입
니다. 휴머니티, 仁이라는 덕은 중용의 덕이라 할 것일진대 어찌 하나의 
언명으로써 전체를 덮을 수가 있겠습니까... 소극적인 사람에겐 적극성을
띠게 하며 지나치게 나서는 사람에겐 신중함을 가르치는 것이 바른 교육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유학의 도를 옛것 그대로 오늘의 사람들에게 강요를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가르침이 될 것입니다. 오늘에 맞게 주해를 달고 쓰임에 적
확하게 가르침을 주는 것이어야 겠지요. 만일 효라는 윤리만을 강요해 지
나치게 소심해 구와 같이 모시던 이강자의 명만을 따라 중세(重稅)를 거두
어들이는 등을 행동을 보이는 사람에게 " 너의 부모가 계신데... " 라고 
해서야 되겠습니까?

  저 중국의 위진남북조시대엔 왕조가 바뀌건 말건 관원(오늘의 공무원)들
의 출근률이 100%였다고 하더군요. 즉, 효를 위해, 부모를 봉양해야 하니
임군이 누구가 되었던, 오랑캐가 되었던, 조카를 죽이고 되었던 간에 출근
을 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아전인수식으로 해서야 아니되겠습니다 만은
요...
    
  그럼... 안녕히 계셔요...!                             1995.2.25.
  사로 올림                                             새벽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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