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여행후기_영어에도 사투리가 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워싱턴DC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솔직히 여행목적 보단, 죠지타운 대학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시는 교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였어요. 간만에 하는 여행인데,
하루종일 세미나에 매달려서 가족들한테 미안하기도 했지요. 이번 여행엔 소득이
참 많았어요. 미국 표준영어와 보스턴 사투리를 구분하게 되었고, 영국 영어와도
억양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죠. 진짜 숫사자의 포효하는 소리를 근거리에서 들을
수도 있었고, 세미나에서 질문한 걸로 죠지타운대 교수님한테 칭찬도 들었답니다!

첫째 낙수.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는 발음만 틀리다?

우리가 흔히 Tom을 영국에서 톰이라 하고, 미국에서 탐이라고 한다거나, Better를
베터, 베러라고 달리 부른다고 하는 정도로 유럽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가 다르다고
알고 있지요. 그렇지만 발음이 다른 정도라면 미국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 영국 영어
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뭔가 다른게 더 있을 거 같죠? 워싱턴 DC에
가서 TV를 켜자 마자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어요. 바로 억양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는 것을 말이죠.

미국의 표준영어는 유럽의 영어가 African American의 구전문화와 융합하는 과정
에서 아프리카의 음률과 결합을 했기 때문에 노래를 위한 억양이나 발음으로 변화가
이루어 졌습니다. 흑인들의 영어를 조금만 빨리하면 랩 등의 음악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만일 비틀즈의 팝송을 베터 라는 식으로 부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탤런트 조형기가 부르는 팝처럼 이상한 노래가 되어 버리죠.

영어 수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미국 표준영어의 억양은 딴(1) 딴(1) 따~안(3)
정도로 3박자 왈츠 리듬을 탑니다. 그런데, 영국식 영어는 땅(3) 딴(1) 따안 혹은
딴(2 혹은 1) 정도로 3박자중 첫박자에 강세가 들어갑니다. 보스턴은 아이리쉬가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영국식 영어에 가까운 억양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AFN 받아쓰기를 할 때에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흥미를 가지고
도전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스턴에 유학을 와서 수업을 듣고, 보스턴의
TV를 보면서 엄청나게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잘 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시트콤 조차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면 다른데선 영어가 잘 되는데, 미국 본토만 가면
영어를 잘 못하네 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어찌어찌 해서 1년여가 지나니깐 보스턴에서도 영어를 한문장 단위로 들을 수 있을
만큼 듣기도 좋아지더군요. 그렇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준비를 해 왔는데, 왜 처음엔
들리지 않았을까 많이 궁금했었어요. 지금도 아직 잘 들리지 않는 방송이 있으니
여전히 유효한 궁금증이구요.

그런데 워싱턴 DC에 여행을 가서 TV를 켜는 순간 탁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
습니다. CNN이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깨끗하게 들린 적이 없을 만큼 영어문장들이
들리는 것입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채널을 돌려 확인을 해 보았는데, 보스턴
기반의 시트콤 채널과 BBC World뉴스 채널만 유독 억양의 강세위치가 틀린 것을
알 수가 있었어요.

미국의 경우에는 일반 방송들이 대부분 지역베이스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Fox TV
등도 지역 앵커들이 뉴스보도를 해요. 그러니 제가 사는 보스턴에선 1년내내 보스턴
억양, 그러니까 영국 영어식 억양으로 뉴스를 들었던 것이고, 시트콤을 보았던 것이
지요. 그나마 잘 들린다고 생각했던 프렌즈 등은 뉴욕 베이스여서 표준영어를 구사
한 것이었구요. 딴딴 따~안으로 훈련이 되어 있던 귀에서 땅 다 다라고 하는 영국
억양에 완전히 흔들려 버린 탓에 보스턴에 와서 처음에 고생을 한 것이더라구요.

듣기를 할 때, 강조점을 중심으로 듣게 되는데, 목적어 혹은 술어부를 강조하는
미국 표준영어와는 달리, 주어부를 강조하는 유럽식 영어인 보스턴에서 배우는
수업과 방송을 통해 보는 뉴스들은 어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강조가 되면
목적어라고 생각하는데, 알고보면 주어부가 강조되고 있고, “땅 (다다 땅) 다다”
라고 하는데 귀엔 (다 다 땅) 식으로 엉뚱하게 끊어져 들리니 헤맬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흔히 듣기 테잎을 가지고 공부할 때, 어른 남자 음성은 잘 들리는데, 여자 어린이
음성은 못듣고 하는 이유가 음역의 차이 보다는 이런 지방 사투리 같은 녹음한
외국인의 다른 억양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 보았어요. 확인은 못해봤지만요.

지금까지 모든 토플, 토익 듣기 수업이 미국 표준영어의 억양인 딴딴 따~안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내년 5월에 도입되는 새로운 토플은 호주, 뉴질랜드의 억양도
들어가 있다니 벌써부터 우리 학생들 성적이 크게 염려가 됩니다. 영국식 영어의
억양도 익숙하지 못한데, 캐나다, 호주의 다른 발음만 공부를 시켜보았자, 억양을
듣지 못하니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유럽과의 토플 평균 격차가 더 벌어질것
같아서 염려가 됩니다.

참고로, 내년 5월에 도입된 토플 말하기에는 주어진 두가지의 입장에서 하나를
골라 논리적으로 지지하기가 도입이 된답니다. 기존의 라이팅 섹션에선 둘다를
비교하고, 하나를 선택하는 식의 교육은 있었지만, 하나를 골라 그것을 논리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한국에서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참 걱정입니다.

억양의 차이점에 관해서는 세미나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알게된 FDA공무원
이자 의사이고, 영어교사도 겸하고 있는 한 미국 부인을 통해서 확인도 했습니다.
미국 학생이라고 해도, 인디애나폴리스 같은 작은 도시에 사는 친구들은 평생 이런
억양의 차이는 들어보지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하고, 교류를
한다고 해도, 직접 부딛혀서 들어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억양의 차이라는
거지요.

여러분도 지금 한번 BBC와 CNN을 비교해서 들어보세요. BBC는 한국인 처럼 첫박자를
강조하고, 말이 끝날때는 주루루 약해지는데, CNN은 표준영어로 배운 것처럼 딴딴 땅
이렇게 철저히 3박자 억양을 지킵니다.

이렇게 미국의 동부라고 해도, 보스턴이나 버지니아 처럼 영국 출신이 많이 사는
곳이나, 플로리다 일부처럼 영국 억양을 쓰는 곳과 뉴욕, 워싱턴 DC등 표준영어를
구사하는 지역 등으로 억양이 다릅니다. 한국에서도 사투리가 있는데, 미국이라고
없겠습니까? 그런데 그 사투리란게 단어나 발음의 차이뿐만이 아니라, 억양의 차이
라고 한다면 그걸 다 익히는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문제는 직접 부딛혀서 들어야
안다는 것이지요.

두번째 낙수. 숫사자의 포효하는 소리에 오금이 저린다?

여러분중에 진짜 숫자의 포효하는 소리를 가까운 거리에서 들어보신 분이 있으신지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TV소리로 듣거나, 사자후 등의 문학표현으로 책을 통해서 간접
경험을 하거나, 그리고 동물원 같은데서 지쳐서 졸기만 하는 사자의 트름 소리만 들으
셨다면, 꼭 한번 진짜 숫 사자의 소리를 들어보시라고 추천드립니다.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소리가 바로 사자후, 사자의 포효하는 소리입니다. 진짜
소릴 듣고 나면, 동물들이 이 소리에 전부 오금이 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아주 쉽게 듭니다. 저음에 들이쉬는 음성에, 남성 성악가의 목소리에다가 백배는 증폭
시켜서 위엄을 지닌 목소리라고나 할까요.

워싱턴 DC의 국립동물원을 가서 진짜 숫사자의 포효소리도 들었지만, 바로 눈앞에서
기린도 보고, 덩치가 큰 하마가 물속에서 점프를 하는 모습도 봤어요. 게다가 진짜
늑대는 거의 조랑말처럼 크더군요. 개만한 늑대도 있긴 하지만요. 세상에는 남대문에
문턱이 있다 없다는 것 처럼, 경험하지 않으면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책이나 TV등을 통해서 한 간접체험은 정말 낮은 수준의 지식
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직접 체험하는 이외에 없다는 거죠.

세번째 낙수. 수도 워싱턴 DC는 어둡다?

여기 보스턴에 와서 실망한 것 중에 하나가, 미국의 3대 도시라면서 도로가 여기저기
갈라져 있고, 전철은 녹이 슬어 있고, 전철역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고, 보도블럭이
아닌 여기저기 갈라진 시멘트 보도 등입니다. 설마 수도 워싱턴 DC야 그러랴 했습니다.
세상에 그런데 워싱턴 DC도 똑같이 그 모양입니다. 보도가 여기저기 갈라져 있는데,
그게 바로 의회옆 거리라는 것입니다. 할렘가가 아니고 말이죠.

워싱턴 DC의 지하철역은 매우 어둡습니다. 아주 깨끗하긴 한데 한국에 비하면 가로등
길 보다도 더 어둡습니다. 의회건물이나 백악관 건물의 야경이 좋은데, 그를 돋보이게
하려고 한 것인지 미국의 가로등은 엄청나게 어둡습니다. 한국 같으면 여기저기서 범죄
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어둡습니다.

의회에 가면, 잔디깔기가 한창이라 잔디키우기를 위한 거름이 넘쳐 길에 흐르고, 그
냄새 또한 심했습니다. 여기저기 작업 장비도 있구요. 한국 같으면 국회의사당에서
이런 냄새가 나거나 주변 도로가 엉망이라거나 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것 같은데,
미국은 백악관 주변도 똑같습니다.

제가 군대에서 눈치우고, 미끄러지지 않게 눈 녹이는 화학약품 뿌리고, 그 물이 얼지
않게 빗자루로 쓸고, 아침엔 삽으로 손이 부르트도록 아스팔트 사이에 얼어붙은 작은
얼음까지 부셔서 없애야 했던, 어떤 곳에 연탄재를 뿌렸다가 아침에 먼지 알갱이 하나
없도록 싹 쓸어내야 했던, 높은 분이 사는 집엔 신발로 걸어다니는 보도까지 걸레로
광을 내야 했던 것을 고려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미국의 도로 사정이었습니다.

불가능이 없도록 한다는 사병들 죽이는 군대식 업무처리의 연장선상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조금만 아스팔트 갈라져도 공사하고, 멀쩡한 보도블럭은 연중행사로 갈아엎고,
치안이 걱정된다며 여기저기 CCTV설치하고, 전철역과 가로등은 사고위험 줄인다며
그렇게나 밝게 밝히고, 개천 살리려고 엄청난 물을 쏟아붇고 하는데 예산을 이렇게
써도 되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도대체 뭐 때문에 한국 국민은 복지예산도 없으면서, 도로나 보도블럭 바꾸고, 가로
등에 전기 쓰는데 돈쓰기를 바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요. 수도 서울이 얼마나 잘
산다고 최고 부국인 미국의 워싱턴 DC보다 더 좋은 도로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인
지도 알 수가 없구요. 공항, 철도역, 그리고 지방자치 단체 건물까지 왜 그리 겉치장
만 하는지,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복지지원이 좋아져서, 그들이 국민을 대하는
마음을 먼저 화장하는게 더 필요한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대로라면 건축업자들만 먹고 살자는 세상이지 뭡니까? 헐벗는 국민들은 쓸데없이
보도블럭 갈아치운다고 낭비되는 예산 만큼 굶주려서야 되겠습니까? 지방자치 단체장
들이 외국 여행가서 번쩍 번쩍 화려한 것만 보고 와서 자기 업적만 만들지 말고, 제발
외국의 국민들이 어떤 복지지원을 받으며 사는지나 보고들 왔으면 좋겠어요.

네번째, 세미나 관련 낙수. 새로운 시대, 새로운 동맹!

지난 미국 시간으로 11월 3일날 죠지타운 대학 아시아 연구 프로그램과 우리나라의 세종
연구소의 공동주최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동맹(New era, new alliance)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T. Hubbard 전 주한대사와 Donald Gregg 전 주한대사가 참석했고,
한국에서는 조기숙 홍보수석이 참석했으며, 미국의 한국관련 전문가들이 새로운 한미
동맹에 대해서 토론을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의 선입관이 미국인이 한국을 알면 얼마나 알며, 제대로 공부나
하겠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세미나라고 해 보았자 실질적인 논의는 없고,
어려운 말만 오고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세미나는
이 모든 선입관을 파괴시켜 주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인식도는 한국의 여느 학자보다 더 정확했습니다. 한국의 법제도나 문화
에 대해서 깊이있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모르는 것
처럼 숨기고,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부분만 얘기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나
학생의 입장에서 쉽게 공격할 수 있는 대상들이 아니란 생각을 했습니다. 더 많은
공부와 경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구요.

동서양의 문화차이, 젊은이로서 한국전쟁을 경험한 우리 부모님을 구해준 맥아더
장군에 대한 존경과, 이미 전쟁을 경험한 부모님을 다시 전쟁을 경험하게 할 수 없다는
전쟁주의자에 대한 분노를 얘기하고, 고 로자 팍스 여사에게 다시 백인석에서 일어나
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전날 있었던 어머니 로자 팍스 여사의 장례식을 인용하고,
민중시인 월트 휘트먼이 시에서 말했던 ‘This house’는 미국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아시아를 포함하는 전세계의 평화를 말했던 것임을 인용해서 질문을 했었습니다.

미국엔 어머니 로자 팍스 여사와 휘트먼의 후계들이 있고, 저는 한국
전쟁을 경험한 평범한 부모님의 아들입니다. 부모님의 후계로서, 또한 어머니 로자
팍스 여사와 민중시인 휘트먼의 후계로서 우리가 단순히 한국의 평화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해 하여야 할 사명은 무엇인가? 라는 취지의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을 마치고 들어오는데, 옆자리에 계시던 6자회담 당사국의 대학들이 협력하에
김책 공대와 IT 프로젝트의 수행하는 팀의 교수님인 시라큐스 대학의 S. J. Thorson
교수님이 질문 너무 잘 들었다며, 명함을 주시고, 읽어보라고 관련 논문을 보여주시
더군요. 제 질문이 너무 길어서 두번째 기조 발표자인 허바드 전대사는 발표만 하고
질의응답 없이 자리에 앉아야 했지요. 죄송스럽게도 말이죠.

두번째 세션에서 한 질문은 미국과 한국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있으며,
그것은 한국이 기본적인 영어 논리를 배운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과 거짓은
구분할 수 있지만, Maybe는 무슨 의미인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말하는
필요조건을 국민들은 그것이 왜 충분조건이냐고 동서문답을 합니다. 기본적인 영어
논리조차 혼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름 동서양 간의 논리, 기본적인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는데, 이러한 것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하고, 지름길이기도 한 방법은 무엇이
있겠는가라는 취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오후 첫번째 세션에서는 전 해군제독인 M. McDevitt의 발표가 있었는데, 발표중에
자신은 45세 이하의 한국 젊은이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며, “한국이 재통일을 위해
동맹을 희생시켜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반대로, 한미동맹을 위해서 재통일을
희생시켜야 되는지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손을 들어 보라고 했었습니다.
두명씩 손을 들자 별다른 코멘트 없이 넘어가시더군요.

저는 이때 어느 것에도 손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살고 있고, 저는
한국에 살고 있으며, 전쟁을 경험한 부모님의 자식이기 때문에 통일을 위한 한미 동맹의
희생이나, 한미 동맹을 위한 통일의 희생 그 어느 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저에게 이 질문은 잘못된 선택의 오류(False Choice)처럼 극단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둘다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 이렇게 선택을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나중에 USA Today의 외교담당 선임기자인 Barbara Slavin과 개인적으로
얘기할 때도 이런 얘길 했었는데 공감을 하더군요.

Slavin 기자는 한국 교수님께 북한이 NPT에 다시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은 없겠느냐고
질문 하셨는데, 쉬는 시간에 제가 개인적으로 몇가지 얘기를 더 했습니다. 6자회담이
평화협정으로서 협정문안에 북핵문제와 관련된 NPT의 검증내용을 흡수하면 굳이 북한
이 싫어하는 NPT가입을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아도 되며, 장차 6자회담이 유럽의 NATO
와 같이 발전을 하더라도 NATO의 군사개입 규정은 삭제하고, 오히려 WTO협정의 무역
규제라는 경제제재로 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얘기를 했습니다.

일반 UN과는 달리 강대국의 거부권도 없고, 각국의 패널들에 의해서 결정이 이루어
지고, 이의신청으로 다시 재결정을 받을 수도 있는 장점이 있으며, 전쟁을 싫어하는
중국, 한국 등을 설득할 수 있다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아울러 6자 회담이 UN의 아시아
지부로 발전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UN의 유럽지부는 있는데 중요한 아시
아에 UN지부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했습니다.

Slavin 기자는 EU의 경제제재안과 비슷한 좋은 아이디어이긴 한데, 미국이 싫어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얘길 하더군요. 결국 Great Power의 부작용이란 얘기였죠. 결국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 알고 있으면서,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실도 숨기고,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는 Great Power의 부작용 말이죠.

몇분의 교수님이 쉬는 시간에 Mr. 최, 질문내용 너무 잘 들었다며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 주셨어요. 그 중에 한분인 K. Campbell 박사님이셨는데 8시간의 세미나가 끝나고
내용을 요약하면서 저를 포함해서 Young Korean Students의 참여가 너무 인상 깊었다며
질문 내용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해 주시고, 그렇게 Weaking Great Power, 강한 힘의
약화, 약한 동맹의 지속이 새로운 한미 동맹의 훌륭한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앞으로도 한국과 미국의 젊은이들이 좀더 이런 토론에 참여하고 교류해 주길 바라며,
거기에 새로운 시대의 한미 협력의 길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구체적으로 Campbell박사는 자신은 일본과 관련된 업무도 많이 했었는데, 한국과 마찬
가지로 일본 역시 미국관련 업무자는 역삼각형의 구도로, 고위직만 미국과 협상하며,
실제 실무자는 극소수라고 하시더군요. 미국의 실무자가 파트너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라고 하시면서요. 마찬가지로 45세이하의 한국 사람과는 대화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말씀과 함께 더욱 많은 한국과 미국의 젊은이들이 한미 동맹에 대해
공부하고 교류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나서 개인적으로 공감을 표시하면서 특히 6자회담이 강대국의 일방적인
거부권이 없는 동등한 형태의 UN의 아시아 지부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씀을
드렸는데, 적극 공감을 표해 주시더군요. 이 분은 Great Power를 약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시니까요.

우리 젊은이들 역시 미국에 대한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말로 논쟁해서 이길 수 있고,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 정도로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미국을 잘 모르듯, 미국도 우리를 잘 모를 것이라는 것은 착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가진 아이디어를 미국은 몰라서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생각
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들도 다 알고 있지만 그것이 Great Power에 해가 되기
때문에 숨기며, 억지 주장을 하는 것 뿐이죠. 단지 우리가 그들에게 우리의 것을 알려
주는데 그쳐서는 안되는 것도 이 때문이죠. 더 나아가서 우리의 주장이 옳음을 끊임
없는 공부와 교류로 도전해 가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우리 언론이
번역을 잘 못했거나, 의도적인 편집이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틀림이 없으실 거에요.
효순미순 사건에 있어서도 한미간의 법적인 차이와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까지
이해하고 있을 정도로 미국의 교수님들은 깊이 있게 공부하고 있었어요.

일본이 미국과 협상하에 미군부대의 위치를 조정하고, 협상을 통해 동맹의 수준을 높여
왔듯이, 한국 역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동맹의 수준을 높일 수 있으며, 과거의 것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컨센서스가 있었어요. 비논리적인 수준에서의, 독재정권의 100%가
지지와 강한 동맹이라는 지속 불가능한 냉전식 동맹의 모델 보단, 논리적인 수준에서
비판적인 지지와 약한 동맹의 지속이 오히려 수준높은 한미동맹이 될 것이라는 것이
세미나의 주된 결론이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떤분은 한국이 F-15K수십대로는 안보에 도움이 안되고, 더많은 F-15K를 수입
해야하며, C4I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통일을 위해 동맹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물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효순미순 두분의
죽음과 맥아더 장군에 관한 최근의 여론 등 한미 동맹에 관한 불협화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것은 미국과 일본이 동맹의 수준을 높이면서 겪었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으며, 정상적인 변화의 과정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던 세미나였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셔요!
최재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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