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과 조정, 그리고 중재. 로스쿨 도입에 대한 상상..

안녕하세요!
이번학기에 수강하고있는 분쟁해결에 관한 소송이외의 제도와 관련된 글이
게재되었기에 몇가지를 참고삼아 올립니다. 국내에는 잘못 알려진 개념들도
있고, 문화적 차이때문에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으니까요.

우선 직접협상은 당사자사이에 소송이나 중재를 가기전에 소송비용과 비싼
중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하는 일체의 분쟁조정 과정을 말합니다. 법률가를
대동한 협상과 게임이론 등 비합법적인 협상이론에 의한 사인간의 협상은 크게
다릅니다. 아무래도 법률가는 법윤리와 합법적인 협상을 선호하며, 협상에 따른
위험부담 등을 고려하는 반면에,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협상가는 아무래도 게임
이론에 따른 이기기 위한 협상, 미스레프리젠테이션 등 비윤리적인 협상도 하게
됩니다. 외국인을 고객으로 하려면 후자의 협상가는 부적격이죠.

협상의 장점은 조정이나 중재비용이 들지 않고, 신속하게 해결이 가능하며,
비밀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으면 조정인에 의한 조정이 가능합니다.
이 역시 중재비용이나 오랜기간이 걸리는 소송등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고, 조정인에 의한 비밀유지가 보장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조정이 되더
라도 당사자 어느 일방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중재나 소송으로
가야하는 이중비용 부담의 단점이 일부 있습니다.

참고로 조정인과 당사자 일방의 대화는 허락이 없으면 다른 당사자에게 공개할
수 없으며, 조정인은 법률에 따라 판단하기 보다는 당사자가 합의가 가능한 선을
도출시킬 수 있도록 조건을 수정하거나 강경하게 입장을 고수하는 당사자를 압박
하거나 하는 등의 조정기술을 발휘해서 양 당사자 혹은 다수 당사자(4인-6인)가
합의할 수 있는 조건을 조율시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중재의 경우에는 계약에 명시적으로 중재에 의한 해결을 명시한 경우
강제력이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 중재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중재로 가도록 계약에 규정하더라도 사전에 협상 혹은 조정을 통해서
당사자간에 비용절감과 분쟁해결 기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일반적
입니다.

중재인의 경우는 법률이나 판례, 기타 국제 관습법 등에 제한받지 않고, 자유롭게
당사자간의 이해를 반영해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미국법에 있어서는 당사자간의
협상, 조정, 그리고 중재의 과정에서 나온 것은 증거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
설사 화해가 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어느 일방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는 없습
니다. 그리고 법률의 판단 혹은 공정성을 기대하는 대륙법의 특징상 중재인이 자신의
기준으로 법률과는 무관하게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것은
중재에 대한 잘못된 정의 때문일 뿐입니다. 공정성을 기대 한다면 소송에 의해야
하는데 그러면 막대한 소송비용이나, 국제분쟁의 경우 외국에서의 소송에 대한 위험
부담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계약을 할 때, 중재규정을 삽입할 경우에는 소송보다 국제중재가 유리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먼저 서 있어야 합니다. 국제중재가 유리하다는 판단은 미국법이나 한국법,
혹은 국제법규를 따르지 않고, 중재인이 당사자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결정
을 내리기 때문에 어느 한나라의 법을 따를때 생기는 불공정성을 배제할 수 있다는 장점
이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어느 한 나라의 법을 따를때 생기는 이득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FTA와는 무관하게 이미 익시드 협정의 가입당사자이기 때문에 동 협정의
가입국 국민의 경우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정책의 부당성을 국제중재에 회부해 판단받을 수가
있습니다. 행정소송 등을 거치지 않고 뉴욕에 있는 국재중재기구에 의해 판단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지요. 이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행정법규나 미국의 법규가 아닌 중재인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한 결정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는 소송보다는 협상이나 조정에 의한 화해, 중재 등으로 문제를 해결
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로스쿨이 수업과정에서도 협상이나 조정, 중재에 관한 훈련
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소위 소크라테스식 질의법이나 속사포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토론 수업의 경우에도 공부를 시키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실제 법정에서 법관에 의해
수시로 질문이 이루어지는 현장에 적응시키기 위한 것이 큽니다. 그러니까 미국 로스쿨은
코드해석을 가르치는 강의법보단, 실무, 실제 현장에서 도퇴되지 않도록 강하게 훈련을
시키는 과정수업이 우선이 된다고 보시면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일본의 경우는 기존의 코드해석에 대한 강의에다가 실무도 학문적으로 소송실무1,2
하는 식으로 수업을 배치해 두었는데 이것은 현장감이 전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은
항소심의 경우 변호사의 발언중에도 수시로 법관이 끼어들어 질문을 하는 매우 동적인 소송
이 이루어지고, 협상이나 조정, 중재의 경우에도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수업과정에서는 이러한 현장에 익숙하게 하는 수업을 합니다.

구술변론위주로 공판중심주의가 실행이 되면 코드를 해석하는 능력보다는 상대방의 변론의
결점을 부각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화시키는 변론실무가 훨씬 요구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론이나 학설에 대한 강론보다는 실무에서 속도감 있게 질의응답이 가능하도록 하는 훈련
이 로스쿨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미국 로스쿨의 핵심입니다.

코드해석과 법률에 대한 이해는 로펌 시스템하에서 패러리걸들의 리서치에 의존하고,
어소시엇에 의한 자료준비로 보강이 되기 때문에 학설을 열거해서 법률개념을 해석하는
우리 사법시험 방식은 판결문작성이나, 공소장 작성, 혹은 준비서면 작성에 있어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일본식 고시방법일 뿐이라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로스쿨이 활성화 되려면
실제 실무에서 사용되는 법률문서 작성방법이 통일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법원의 경우는 부장판사님에 따라 다 다르고, 변호사의 경우에도 로펌마다 다 다르고,
같은 로펌이라 해도 시니어 파트너, 주니어 파트너에 따라 다르고, 어소시에잇 마다,
각자 사법시험 공부전의 전공에 따라 다 다르고, 사법연수원에서 조차 통일된 교육방법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독일이든 일본이든, 미국이든 로스쿨 시스템의 경우 해당 나라의 연구소에 제도분석을
의뢰하고 그것을 번역해서 한국에서 연구하는 작업이 필요한대, 수년의 경험밖에 없는
한국인에 의해서 독일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시스템 연구 용역이 이루어지고, 대법원,
법무부, 학계 등 각자의 선입관에 의한 주관적인 정보수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미국의 경우 형사입건 여부가 치안판사 혹은 변호사 자격을 갖춘 고참 로클럭에 의해
관할이 되고 단순한 폭행의 경우에도 폭행영장이 나와야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검찰이 기소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느냐,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느냐 하는 것 이외에도 정말 많은 다양한 제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의
제도가 전부 좋다 나쁘다라는 식으로 각자의 입장을 강화하는 연구만 하지말고, 객관
적으로 각 나라의 연구소에 의뢰해서 보다 심층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연구진이 번역만 하게 되면, 시스템이 전혀 다른 영미법계나 일본에서 왜곡된
독일법계 등은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행정처벌이 형법상 이중
처벌 금지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을 연구하면서 대륙법적으로 접근해서 과연 미국의
행정법에 이중처벌 금지가 아니라고하는 규정이 있느냐고 연구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아무리 찾아도 없고, 행정법 전문 교수님께 문의해도 알 수 없는 얘기만 들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며, 미국은 헌법에 더블 제퍼디, 이중 처벌금지를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어떤 것이
어떤 순간부터 더블 제퍼디에 해당하는지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당연히 이중 처벌금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처벌이 이중처벌
금지에 해당하지 않느 것은 언급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이 되고, 그러니까 미국 행정법
교수는 이중 처벌금지를 묻는 한국학생이 이상해 보일 뿐, 제대로 답을 해 줄 수가 없습
니다. 자기 전공이 아니니까요.

이것은 마치, 한국의 군사법 체계 및 징계체계에서 이등병이 분대장이 아닌 병장의 지시
에 위반해서 폭행을 했을 때, 상관폭행죄 혹은 상관폭행이란 명목으로 징계처벌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미국법과 비교해서 찾아보라는 지시와 비슷한 결론이 나옵니다.
미국법에 병사이에 발생한 폭행에 대해 상관폭행죄라는 규정을 찾는다고 해 봅시다.
한미 연합사에 가서 미국 법무관이나 법무부사관에게 질문을 하면 이상한 얘기만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군은 이병이나 병장이나 동료일 뿐, 상관의 개념은 적용되지
않으니까, 그냥 폭행죄만 있을 뿐이죠.

물론, 한국 군사법으로도 이병과 병장은 심지어 분대장까지도 상관폭행죄는 없습니다.
동료일 뿐입니다. 다만 관행상 상관인양 상정하고 있을 뿐이죠. 이등병이 병장을 폭행
해도 그냥 폭행일 뿐, 상관폭행죄는 아닙니다.

이처럼, 법은 대륙법적 시각에서 영미법을 바라보면서 비슷한 규정을 찾는 비교법
연구가 제대로 될 수가 없고, 영미법의 시각에서 대륙법의 코드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으로도 제대로 연구가 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국제조약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특허에 관한 파리 조약 역시 같이 해석되는 부분은 절차규정 뿐이고, 가장 기본적인
특허의 요건인 진보성이나 신규성 모두 통일된 해석은 없습니다. 특허 독립의 원칙에
따라 각 나라가 다른 요건을 가지고 판단을 하게 됩니다. 상표법의 주지저명성의 요건도
나라마다 다르게 해석을 하죠.

미국에서 성조기를 태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가 되는데(물론 특정한 경우에는
공공장소에서 방화를 한 것으로 처벌을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함), 한국 법원은 태극기를
태우는 것이나 성조기를 태우는 것은 처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비교법 연구라고 하더라도 법률만 공부해서는 아무런 해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문화인류학이나 사회학, 심리학 등 인접학문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도대체 왜 그런 법제도
가 만들어 졌는지, 왜 그렇게 시행이 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미국에선 너무나
잘 운용되고 있는 배심원 제도를 가지고, 혹자는 미국에서도 폐지를 하려고 하고 있다던가,
얼마나 부패한 제도인지 아느냐 하는 혹평을 합니다. 다양한 의견의 논문이 존재하는데,
그중에 어느 하나만을 국내에 소개하면 각자의 선입견에 따라서 제도가 완전히 다르게
국내에 소개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다양한 학문간의 교류와 협력은 학문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도대체 왜 한국법이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지, 우리 사회에 맞는 것인지 하나
하나 재점검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독일이나 일본에서 그런 규정을 가지고 있으
니까, 어느 학자가 그렇게 주장을 하니까, 아니면 최근의 상사문제를 점령한 미국식
증권거래법이나 지재권, 전자상거래 규정 등처럼 외국을 따라가는 것만으론 아무런
이유설명이 될 수도 없고, 분쟁당사자들을 설득할 수도 없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유럽의 각 공동체 간의 결혼, 상거래 등이 빈번해 지자 만들어진
각종 법제처럼,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늘어나고, 국경간 차이가 점점 없어지는 현재에는
또다시 커다란 법률의 변화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학설의 틀 안에서
해석될 수 없다면 새로운 이유와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서 분쟁당사자간의 이해를 조정
하는 시도가 훨씬 긴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적응가능한 로스쿨 학생을
배출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상상해 봅니다.

최재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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