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인재를 암기형 교육제도로 찾을 수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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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7 나머지 10의 오류를 바로잡으라는 문제에 72/9=8 나머지 0이라고 답한 초등학생.
이런게 이상하게 보이는게 우리나라 시험문제의 문제점입니다. 시험요령 제1호가 늘 “출제자의 의도(mind)”를 파악하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주관이라고 하는 것은 주류, 비주류가 있을 수 있어서 누구는 ‘가’라고 생각할 때 누구는 ‘나’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우린 주류가 생각하는 것만 정달이라고 하지요.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자기 머리를 신뢰할 수 없어지고, 무조건 암기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 학원에 가서 주류적 해석방법을 주입받아야만 좋은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이유이구요.
좋게 말해서 출제자의 의도이지, 사실 그냥 주류적 생각일뿐입니다. 예를 들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저항시인가?라는 객관식 문제의 지문이 있다고 해 봅시다. 이건 맞는 건가요, 틀린 건가요? 학력고사세대는 저항시, 수능세대는 저항시가 아닙니다. 주류적 해석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사교육을 통해 주류적 해석을 주입식으로 암기하지 않으면, 비주류적 해석, 창의적 해석을 하는 아이들은 좋은 언어성적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니 주류적 해석을 바꿀 주류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이 비주류가 주류를 상대로 한 백년전쟁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객관식문제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정답인 지문을 하나 만들어 놓고, 일부러 오답을 만들어냅니다. 심지어 영어시험인 텝스나 수능의 언어시험중 국어도 똑같이 이렇게 출제합니다. 정답만 보면 문제가 이해가 되는데, 시험을 치는 학생입장에서 보면 지문이 혼동되는 이유입니다. 일부러 혼동하라고 오답을 정답을 변형시켜 만들기 때문입니다. 기초실력을 늘리는 독서만으로 우리나라 시험을 준비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으로 주류적 해석의 예인 기출문제를 외우거나, 출제자의 의도라고 하는 유형암기식의 시험요령, 암기법전문가의 쉬운 암기방법 등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물론 다행히도 아이가 주류적 해석을 하거나 암기능력이 좋다면 개천에서 용이 나올수도 있겠지만, 이건 다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진 못합니다. 남의 학습후기가 나에게 도움이 안되는 이유입니다.
반면, 미국은 심지어 변호사시험에서조차 모범답안 이외에 논리적 답안에도 똑같이 합격점수를 줍니다. 주류적 해석은 언제나 바뀔수가 있기 때문에 모범답안이 하나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배심제를 운영하는 미국에서는 주대법원의 판례도 배심원 결정으로 변경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 논리적 주장에도 모범답안과 동일한 점수를 주는 것이지요. 그러니 암기식으로 변호사시험을 준비할 필요가 없지요. 물론 대학이나 대학원 입학시험은 더욱 암기식으로 할수 없구요.
반전은 한국학생은 미국시험도 불법적인 기출문제 유출과 암기력으로 해결을 하지요. 우리나라 수능시험은 문제를 공개하는데, 기출문제를 공격하지 않는 미국이 잘못이라는 웃지못할 공세도 펼칩니다. 미국은 암기력과 이해력을 구분하고, 이해력만을 평가의 대상으로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논리력, 합리적 사고력만을 평가의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니 문제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기출문제를 문제은행식으로 미리 만들어놓고 조금씩 추가를 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걸 편법적으로 문제를 유출시켜서, 기초실력인 합리적 사고력을 늘리기보다는 암기에 의해 문제해결력을 높이니 불이익을 주는 것이구요.
미국은 과학적으로 계산된 방식으로 문제를 출제하니 연도별로 똑같은 난이도의 문제가 출제될 수 있지요. 그러니 2-3년내의 시험성적이 모두 같은 취급을 받구요. 심지어 대학원 입학시험의 경우 과거 시험까지 고려해서 선발을 하구요. 갑자기 기초실력이 늘어날 수 없기 때문에 분명히 편법으로 성적이 향상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과거성적이 나쁘면 아무리 최신 성적이 좋아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요.
다시 원래의 초등학교 문제로 가 보지요. 82/9=8 나머지 10의 오류를 잡으라는 문제. 사실 이건 문제자체가 오류가 있지요. 특히 국어의 추상적인 표현방식, 100만어휘의 영어 등 세계각국 언어의 어휘력이 비해 표제어 자체가 5-6만(중국어 한자포함)으로 제한된 한국어의 특성상 하나의 단어가 보통 서너개의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생기는 모호성이 문제가 됩니다. 나눗셈을 할때의 규칙을 가르치는 과정이라는 집단적 기억에 기반해서 출제자는 굳이 표현을 안해도 이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전제하고 출제를 합니다. 그런데 비주류적 해석은 나머지를 0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전제하에서 오류는 나머지가 많이 남는 82이고, 이걸 72로 고칠수도 있지요. 그러니 제대로 출제하려면 괄호를 사용해서 고칠부분을 한정해 주어야 합니다. 출제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수험생도 그렇게 생각하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글 작성자의 머리속에만 있어서 글을 읽는 사람은 도무지 알수 없는게 있지요. 인터넷에서 토론을 하다가 늘 발생하는 문제인 오독논쟁의 원인입니다. 둘이 토론을 하다가, 당신은 틀렸어. 이건 그런 뜻이 아니라 이런 뜻이야라고 합니다. 그러면 아니 원래 내 글이 그런 뜻이야. 당신이 오독했어.라고 하는 형편이지요. 사실 원인은 둘중 한사람은 자기 머리속에 있었던 사고내용을 전부 글로 옮기지 못하고 그중 일부만 표현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표현이 안되어 있으니 글을 읽는 이는 알수 없고, 글쓴이는 자기 머리속에서 사고를 한 것이니 표현이 안되어 있어도 당연히 그런 뜻이라고 생각해버리는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글자인식에 관한 문명은 거의 없지만, 문장이해력은 3-40%정도의 사람만이 기초적인 수준을 넘는다고 합니다. 국민의 과반수가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대학 졸업률이 높고 어휘수도 외국에 비해 적은 나라에서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요. 이러니 합리적 사고능력이나 문장의 이해력을 묻는 언어시험이 정상적인 실력을 점검하는게 아니라 암기력만 시험해 왔다는 것을 알수 있지요. 토론이 안되고, 국민간의 소통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약자입장에서 강자가 약자의 얘기를 안들어주니(혹은 반대로도) 소통을 못하는 강자 혹은 약자라고 서로 비판을 합니다. 사실은 자기마음을 조리있게 표현하지도 못하면서 서로 왜 못알아주냐고 하소연하고 있는 상황이란 것입니다.
독서를 무조건 많이 한다고 해서 자연히 사고력이 넓어지고, 표현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마다 재능이 다 다른데, 어떻게 표현력, 사고력이 다 같이 성장할 수 있겠습니까? 과학적 연구를 거친 시험출제와 학습방법이 필요한 것이지요. 공교육 과정의 개편이 과학적 연구와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우린 그냥 직책을 가진 권위주의자들에 의해서 이뤄지니 문제가 해결이 안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대학입학시험이나 각종 관료채용 시험에선 암기력이라는 하나의 능력에만 초점을 맞춰 아이들의 성적을 매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만심에 빠진 소수의 잘못된 엘리트주의자들과 좌절감에 빠져 카리스마, 영도력을 지닌 시대정신을 아는 새로운 지도자상을 찾는 불쌍한 을군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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