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시트콤으로 배우는 좋은 부모되기, 행복한 가정 만들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컬럼버스데이라 집에서 휴식하면서 시트콤도 보고 그랬어요.
제가 생각할 때 미국와서 가장 잘 한 것이, 절대로 한국 방송 비데오 안빌려 보겠다는
각오에요. 아무리 안들리고 재미없어도(솔직히는 재미있는데 안들려서 그런거죠 훗.)
미국 방송만 보자고 생각 했어요. 그래도 일년간에 제가 팬인 고현정 나오는 드라마
시리즈만 인터넷으로 봤습니다.(아내가 싫어하지만요.)

틈틈히 신문사 한글뉴스도 보고 신문 기사도 꼼꼼히 챙기기는 합니다. 특히 중앙일보사
뉴스위크 과거본 무상 제공 서비스를 많이 애용합니다. 배경지식을 쌓기에는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철강회사 출신 친구랑 사귈려면 철강산업 동향도 알아야 하고, 일본 정부 출신
친구랑 사귈려면 해당부처 업무 동향도 알아야 뭔가 얘기를 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미국 친구들은 문화인류학 등에 관심이 있어 외국인인 저와 만나려고 하는 거라서 이 경우엔
공부할 방법이 없더라구요. 훗.

그래도 앙드레 모로아의 미국사라는 책에서 인용해서 하버드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한
학교 스탭을 놀래준 일도 있습니다. 여기 매사추세츠 주의 주명이 인디언 말이 어원으로,
메사추(산) 에스(가까이) 즉, 산 가까이라는 말이라고 얘길 했더니 여기서 태어서나 자란
자기도 모른다 하더라구요.

얘기거리가 많은 이곳에선 언제나 서론이 길어집니다. 저희 집은 인터넷 할려고 케이블 기본
만 들어 있어서 유료 채널은 못봐요. 그래도 옛날 시트콤을 무상으로 방영해주는 채널이 있어서
즐겨 보는데(최근에 섹스 앤 시티도 하루 30분씩 해요.), 그중에 괴짜 시어머니와 톡톡 튀는
둘째 며느리 사이에 끼어 힘들어하는 둘째 아들을 소재로 한 “Everybody loves Raymond,”
이란 시트콤이 있어요.

기본 구도를 모르면 도대체 저런 며느리가 어디 있고, 저런 형제가 어디 있냐며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드라마 내용이 하나도 들리지 않아요. (집사람은 이런 걸 잘 포착하거든요. 어느날 이런
저런 줄거리며, 등장인물의 관계가 이렇다라고 얘길 해주더라구요. 자막을 통해서 보긴 하지만
저보다 훨씬 직감력이 뛰어나거든요. 게시판에 과거얘기 썼다간 그날 하루종일 들볶입니다.
그래서 아예 다 털어놓고, 무릅끓고 삭삭 빌고 한 일주일을 야단 맞다가 비온뒤에 땅이 굳어
진다고 이젠 완전히 풀렸습니다. 휴.. 남자는 왜 이런 능력이 없는 걸까요?)

오늘 내용중에 레이몬과 데브라 부부가 아이를 잘 다루지 못해 부모학교에 가서 배우는 내용이
있었어요. 주제는 “Active listening”이었어요. 부모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의 감정을
받아들여서 스스로 이해해 보려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물어보고, 아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다는 것이에요. 즉, 부모가 아이에게 어른으로서
판단을 제공하고, 어른의 입장에서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은 잘못된 부모의 태도라는 것이죠.

예를 들면, 남매가 인형을 두고 싸우다가, 누나가 인형 목을 부러트렸어요. 이 경우 화를 내면서
야단을 쳐서는 안된다는 거죠. 대화예는 “너 화났구나” “예”, 그 다음이 “왜 화났니?”라는 어른의
입장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원인을 추측해 낸 다음에(이게 힘들죠. 아이에게 답을 묻기 보단
어른이 여러가지 답을 줘서 아이는 예나 아니오만 하도록 하는게 지름길이죠), “우리가 너에게
상의도 없이 네가 갖고 놀더 인형을 동생에게 줘서 네가 화났구나?” “네.” “그래. 너는 여전히 인형이
너의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나이가 들었으니 다른 것 가지고 놀고, 인형은 동생에게 주라고
잘못 판단해서 미안하구나.” “맞아요. 그 인형은 내거에요.”

그러면 아이들은 자가발전을 하지요. 아이의 대답은 “그 인형 저 주세요. 고치게요.” “왜 네가 가지고
놀려고?” “아니오. 제 동생 가지고 놀게 하려구요.”

즉 요점은 아이도 선한 생각, 나쁜 생각 두가지의 의도로 나쁜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에요. 만일 부모가
소극적으로 아이의 다툼을 보고, 누나나 동생을 야단치면, 아이들은 자기의 나쁜 의도를 야단맞는다고
생각하기 보단, 자신의 선한 생각을 알아주지도 않는다며 억울해 하기가 쉽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부모가 자신의 두의도 중 선한의도 편을 지적해주고 이해해 주면 아이 스스로 자가 발전을
해서, 나쁜 의도는 스스로 버리게 된다는 거죠. 한마디로 부모의 판단으로 아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시각에서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적극적으로 들어주기(Active listening)가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물론 이건 쉽지가 않아요. 일상이 바쁘고, 학교에서 사고만 저지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감당이 되겠
느냐고 하지만 그럼 일단 부모자격이 0점이지요. 그리고서 아이에게 너는 왜 0점이냐고 하면 안되겠
지요. 칭찬이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일을 칭찬만 해서는 아이를 그르치기가 쉽지만(미운 아니 떡하나
더주고, 귀여운 아니 매 한대 되라는게 우리 교훈이잖아요.), 아이의 시각에서 아이의 선한 의도를 지지
해 준다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아이 스스로 자신의 나쁜 의도를 고치게 된다는 거지요. 칭찬
위주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지요.

세상에 문제 아이는 없다고 하잖아요. 문제 부모만 있을 뿐이죠. 저도 처음으로 아빠가 된, 초보이지만
아무리 시트콤이라고 해도 배울 것이 참 많았어요. 늘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를 위해 좋은 세상
만들까 노력하면 어떨까요? 남들이 하는 영어 유치원 못 보내줘서 안타까워 하기 보단, 과외 하나 안
시켜줘도 아이의 시각에서 아이와 대화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부모가 되기위해 노력하면 어떨까요?

강남구의 큰 아파트, 고액 소수정예 과외학원에 보내지 못해 아이에게 비난받는 부모도, 실은 아이의
시각에서 아이와 대화하지 못한 것을 비난 받는 것인데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 집 그녀는 이렇게 얘길해요. 귀국해서 꼭 서울 아파트에 살지 못해도 공기좋고 아파트 값 싸고,
학군도 좋은 대구 고향집에서 살아도 좋아요라구요.

특목고 출신과 강남구 출신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서울대 입학생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곳이 대구 집근처
거든요. 솔직히 이건 학원들이 만든것이라기 보다는 좋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한 저희 90년대 학번, 2000
년대 학번 스스로가 명문을 만들어간 결과이지요. 아이 부모가 아이 교육을 위해 세번을 이사간다는 고사
에서 모든 부모가 강남행을 자식에게 해줄 유일한 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각을 넒히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도 있거든요. 서울대 입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나, 고시 합격생이 가장 많은 학교는 지방의 순천고라고
하지 않습니까? 평준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학원의 도움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지요.

결국 부유하게 사는 삶을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보단, 마음이 행복하게 사는 삶을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귀찮고 현실이 무서워서 돈으로 해결하려고 고생하기 보단, 아이의 시각에서 아이
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 고생하는 사람이 되려고 해요.

제가 결혼할 즈음에 누가 그러더라구요. 왜 남자는 큰 아파트에서 살려고 하느냐. 여자가 그 큰 아파트를
가득 채워줄 혼수를 해 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럼 여자는 왜 큰 가구와 큰 가전제품을 해 가느냐?
그건 남편이 큰 가구를 가득 채워줄 고급 옷과, 큰 냉장고를 가득 채워줄 유기농 음식을 사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라구요. 이렇게 알면서, 모르면서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삶을 자신의 이점만 생각하며 사는
일상의 삶이 서글퍼 지더군요.

물론 동창 친구들 불러서 집들이 할때, 비싼 아파트, 비싼 가구, 그리고 비싼 가전 제품 자랑할려고, 기죽지
않을려고 부모졸라서 혼수 해간다는 이유도 있겠습니다. 남들 보면서 배고픈 부자로 살건지, 공기좋은 곳에
살면서 배부르게, 남들 신경 안쓰면서 작은 것에 만족하면서 살 것인지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겠지요. 얼마전
열린 원/ 닫힌 원이란 재테크 기본정보를 보았어요. 아무리 남보다 많은 연봉을 받아도, 0하나를 더 받아도,
지출을 0하나 많게 해 버리면 열린원으로 늘 부족한 삶을 한다는 것이죠. 남들 5천원짜리 먹을 때 자기는
5만원짜리 먹고, 남들 10만원짜리 살 때, 자기는 100만원짜리 사면 연봉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다는 거죠.

늘 얘기를 하다보면 본론보단, 프롤로그, 에필로그가 길어지는 글이 되어 버리네요.
선생님, 등급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직 안 주무시네요!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세요!

그럼, 안녕히 계셔요!
최재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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