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살아남기 3일 [1] – 일본에서의 첫날 (1) –

최재원(변호사/변리사)

 안녕하셔요!
  일본에서의 살아남기 3일이라면 너무 심한 표현이 되겠습니까? 
  
  다른 얘기이지만, 대학에 합격이 되고나서 두달간의 방학동안 대학(大學)
이라는 한문을 배우게 되었었는데 끝에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시더
군요. " 내가 가르쳐 준 것이 오히려 큰 장애가 될 것이네, 그 벽을 넘어섰
을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을것이네. "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성어중형어외
(誠於中形於外)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도 그러하고, 학문하기를 호색(好
色)하는것과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성(誠)을 이루는 것이라는 것 등의 문구
를 떠올리곤 하는 것이 그러합니다. 물론 실천이 뛰따르지 못하는 이중의 
관념이고 보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외형이라고 하는 것은 심중의 본질의 나타남일뿐이니 관상이라고 하는 
것이 과거의 흔적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앞으로의 지남은 아니라고 하
는 것인 성어중형어외 등 두가지는 흔히 얘기하곤 하지만 그 역시 그때 그
선생님의 벽일뿐입니다.

  단 3일의 일본에서의 살아남기도 역시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얼마간은 분명 그 얘기를 할 것이나 냉철한 판단에서 나온 것은 아닐것입
니다. 외국에 가보니 거기는 어떻드라라는 얘기를 듣는 것은 저 역시도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벽에 갖혀있는 모습이었
기 때문입니다. 그 벽에 맞추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은연중에 거기는 어떻게 하던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혹 실수가 있
다면 많이 꾸짖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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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에서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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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5일, 들뜬 마음에 자명종시계를 예정보다 한시간이나 앞당겨 놓아
서 새벽4시도 되기전에 깨어가지고는 게시판에 글을 써 올리고는 잠시 쉰
다고 한 것이 그만 폭잠이 들어가지고는 6시반이 지나서야 깨가지고는...

  우표책을 가지고 가야할 일도 있고 이만저만 낭패감이 드는게 아니겠습
니까. 그래서 금방 양복을 차려입고(실은 짐을 줄이려고 단벌신사노릇을
하게 되었거든요!) 마구 뛰고, 줄여도 줄여도 뛰기엔 무거운 짐이라 달밤
에 체조하듯 했지만 다행히도 출국수속시간이 길게 걸리지 않아서 다행히
비행출구앞에 가기는 했는데... 

  아무리 찾고, 찾아도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아도 나와 계셔야 할 주천님
께서 보이시지를 않는거에요... 비행기를 타야할 시간이 되자 줄을 쭈욱
서 있는데 아무리 뒤를 보아도 안 계시구 해서 비행기안에 들어가 찾을 요
량으로 비행기를 탓는데...

  식사가 나오구, 음료수가 나오구 했는데 창문쪽에 앉아있고 옆에는 전부
외국인이 앉아있어서 그런지 승무원이 통 가까이 오려고들 하지 않더라구요.
손을 들구 뭐라 얘기를 하는데도 통... 면세품 판매시간에 겨우 말을 걸 
수 있었는데 글쎄 비행기안에서 찾을수가 없으니 내려서 찾으래나 뭐래나..

  비행기가 나리타공항에 도착하구 입국수속을 받는 내내 목이 빠지라 찾
았는데도 안 계시구, 수하물 인도장에서도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보아도 안
계시구 해서 앞좌석에서 먼저 나가셨나보다 싶어서 안에서 한시간이상 돌
아다닌것이 잘못했구나 싶고, 괜한 불편을 드린것이 아닌가 싶어 얼른 세
관을 통과하려는데...

  제일 첫번째로 외국에서 말을 해야 할 난관에 봉착한 것이 여기였습니다.
세관! 그래도 책에서 본 것은 있어서 목떼기와 어쩌구 하길래 비지니스라구
그러구 담배어쩌구 하길래 담배 노!그러구 저건 뭐냐길래(캠코더가방을 보
구) 캠코더라 그랬더니 못알아듣는 것 같아서 비데오카메라라 그랬더니 무
사통과... (휴...우!)

  공항로비에 나왔는데 출구가 두곤데... 일단 짐차(Cart)에 짐을 싣구 두
리번두리번 거리며 필사적으로 찾는데 얼마다 들이다 받는지(짐차 교통사고
라면 엄청난 비약이겠지만... 발 뒤꿈치, 앞꿈치 할 것없이 멍이 들 정도)

  그래서 비행기 예약 재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버뜩 들어 항공사 안내
로 갔지만 무슨 점심시간이 그렇게 긴지.. 원... 이래서 1번출구, 2번출구
를 몇번이나 더 왕복해야 했는데, 두시간쯤 헤매고 나니 기다리시다 먼저
숙소로 가셨나 싶어서 국제전화를 걸었는데...

  아! 분명 일본에 계셔야 하실 분이 댁에 계신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순간 제 머릿속에선 엄청난 속도로 엄청나게 많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이 순간부터 귀국할 날인 17일까진 정말 살아남기 3일이라는 표현이 과장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17일날 나리타공항에 일찍나가서 혹시나 하구 1층 입국장에 가려구 할때
들린 목소리 "사로야!"는 잠결인듯, 꿈결인듯...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천님께서 막 입국수속을 마치시고 전화를 걸고 계시
다 저를 발견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내일부터 주천님께서 귀국하실때까지 요번 멜
로우 심포지움 95에 대한 대략적인 것을 여쭈고자 합니다. 보다 자세한 사
항을 여쭈지 못하는 점 송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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