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형 공부보다 토론형 공부가 효율이 높은 이유, 그리고 국내에서 벗어나 세계를 돕는 나라로 가야.

저는 개인적으로 우뇌형, 공학형 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어보단 수학을 더 좋아하지만, 수학과 융합된 영어의 특성을 이해한 후부터는 영어와 수학 모두 좋아하게 되었구요. 물론 제가 말하는 영어란 영문학이 아닌 영어로 된 책과 외국인과 대화하기를 말하는 것이지요. 여전히 문학적성은 아니란 얘기지요. 저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를 제일 싫어합니다.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입니다. 저에겐 오히려 이동하면서, 걸으면서 하는 공부가 제격입니다. 결국 반복의 지루함을 잊기위한 방법이 저에겐 이동이고 영화 등 화면이 있거나 사람들과의 대화인 셈인거지요. 사람에 따라선 흔한 지루함 이기기가 음악듣기인 경우도 있을 것이구요. 고시공부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적성이지요. 그런데 미국에서 4년간 학습방법을 체화하고, 우리나라에 와서 다시 적응하면서 절대로 이러한 방법, 즉 지루함을 없애기 위한 자기만의 방법이 학습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고시공부에도 더 도움이 되더군요.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 알려진 대부분의 기억력, 주입식 교육에서 살아남는 암기법은 모두 단기기억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소위 당일치기, 시험전 밤새우기 같은 비법아닌 비법들만이 남아 있는 것이지요. 수능이면 수능, 모의고사면 모의고사 등등 모두 시험만 끝나면 사라지는 신기루같은 공부방법입니다. 더구나 학원강좌나 온라인 학원강좌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더더욱 심각하더군요. 매번 시험을 치기 위해 새롭게 암기를 해야 하니 공부가 당연히 재미가 없는 것이고, 학습흥미도가 떨어지니 즐기지를 못하고 단지 반복하는 수준이라는 것이지요. 응용력, 적응력이 떨어져 암기되지 않는 문제엔 완전히 바보가 되는 학습법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사교육이 워낙에 기출문제 분석과 다양한 문제를 대신 풀어주기 때문에 그 신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문제는 대학이후 사교육이 없어진 사회에서의 생존력은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변화무쌍하고 주어진 과거의 경험만으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일이 일상 벌어지는 사회에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지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기억을 하면 단기기억에는 매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언젠가 스토리도 잊고, 그러면 아무런 연관성 없는 것을 스토리로 묶어 외웠으니 더더욱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지요.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을 토익만점받을 때까지 받아도 늘상 외국인을 만나면 기억나는 건 엄청나게 반복한 중학교 1학년 영어책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인사수준이지요. 그나마 어학연수를 다녀오면 조금 나은가 싶지만, 결국 생각을 나누는 깊은 대화는 한계가 있습니다. 모국어의 수준에서 외국어를 배우고, 자기가 알고 있는 외국어의 수준에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탓에 기본적인 사고력이 확장되지 않는 이상 생각을 나누는 단계의 대화를 외국인과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독서량이 많은 만큼, 생활체험이 많은 만큼 대화할 거리가 늘어나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생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글로는 “어떻게 생각하시냐”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How”가 아니라 “What do you think of”로 무엇을 생각하느냐라고 하지요. 심지어 헌법재판소에서도 판결에 이렇게 얘길 합니다.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호받는게 맞지만, 이것이 표현된 이상 실정법의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하지요. 반면,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양심, 사상, 생각은 표현하지 않는 이상 이루어질 수가 없고, 따라서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생각을 말하거나 글로 쓰지 않고 하실 신출기묘한 방법을 갖고 계신가요? 생각만 하고 글로 옮기지 않거나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던가요? 금방 잊게 되지요. 1초에도 수천가지의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생각을 발전시키거나 기억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글로 쓰거나, 말로 표현해야만 합니다. 자신에게 떠오른 생각을 글로 얼른 옮기거나 휴대폰 녹음기로 녹음을 하면 나중에 다시 이 메모를 보거나 독음을 듣지 않아도 자신의 고유한 생각이 됩니다. 과학적으로 그렇다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선생님의 강의나 온라인 강의를 듣기만 하고, 노트나 칠판의 내용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 있거나, 심지어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별도로 돈을 주고 책으로 된 것을 싸기도 합니다. 이게 강남키드, 학원키드의 대학원이후의 현상 그대로입니다. 2-3년전 모교의 4학년 학생들이 수업받는 것을 두 학기 정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노트를 전혀 하지 않더군요. 물어보니 책에 있는데 왜 하냐고 반문을 하더군요. 과연 그럴까요? 하긴 아예 노트를 하면서 선생님 얘길 100% 옮기는 경우도 있더군요. 도무지 이해는 하고 노트를 하는 걸까요?

미국 어학연수 중에 배운 독서법, 강의수강법은 반드시 자기만의 언어로 노트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쓴 저자의 얘길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외우지 말고, 반드시 자신의 언어로 이해한 내용으로 요약하거나 아니면 비판할 점을 쓰라고 하는 것이지요. 저자의 문장을 분석해서 주제어, 예문, 반전 등등으로 표시하도록 배우기도 합니다. 주입식 교육에서는 생각해 볼 수도 없는 방법이지요. 그대로 외워서 복사를 잘 하면 할 수록 고득점을 하고, 고시에 더 빨리 합격하기 때문이지요. 비판은 하면 안되고, 오로지 외워서 그대로 써야 합니다. 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제가 한국식 교육에 적응하면서 한 일이기도 하구요.

노트를 해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반복해서 익히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기억에 대한 각인효과가 뛰어나고, 재부활도 쉽게 되므로 장기기억에 큰 도움이 되지요. 이해를 하지 않고 단순한 암기를 하는 것은 단기기억용일뿐, 사회생활을 하면서 적응을 하거나 응용을 할 수 없는 것이지요.

노트나 요약을 반드시 자기만의 언어나 단어로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해여부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단어만 바꾸는 수준에서 점차 문장단위의 바꿔쓰기, 논리적 구조를 바꿔쓰기 등등의 수준으로 향상이 되면 될수록 장기기억에 도움이 되지요. 이렇게 완전히 이해한 것은 굳이 다시 단순암기를 하지 않아도 되니 학습의 지루함이 덜하고, 성취도가 높아지니 학습흥미도를 높일수가 있습니다. 응용문제를 잘 풀게 되고, 그에 따른 성취도가 높지요. 문제를 틀리더라도 자신감이 있으니 오답노트 등으로 오답원인을 확인하고 그를 완전히 이해하는 방식으로 부정을 긍정으로 순화시킬 수 있지요.

나아가 시간여유가 있다면 동료간 스터디 혹은 수평적 교육으로 남에게 설명을 하거나 토론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더욱 금상첨화이겠지요. 토론까지 해 본 상황이라면 각인효과가 훨씬 높을 것이고, 자기 생각의 한계를 인지할 수 있고,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질 수가 있지요. 응용력이란 것도 결국 평생 한 번도 안 본 것을 해결하는게 아니라 언젠가 경험해 본 것과 비슷한 상황을 기억해 내는 능력이니까, 낯선 상황에 자신을 갖다두는 것에 익숙해 질 수가 있지요. 어떤 컴퓨터나 정해진 프로그램보다, 사람이 가지는 다양성이 최고의 적응력, 응용력을 키워주는 것이지요.

암기만이 최고인 세상에서는 철저히 개인적인 공부가 됩니다. 절대로 암기를 방해하는 다른 아이의 목소리를 참아줄 수가 없습니다.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조용한 것만을 강조하는 것만큼 최악인 학습방법이 없습니다. 단순암기만 하고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학습흥미도는 당연히 떨어지고, 수능, 취업, 고시합격이라는 목표만 성취하고 나면 지식은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목적있는 공부만 하게 됩니다. 승진이나 유학을 위한 토익, 토플 만점받는 공부는 하게 되지만, 기초영어실력은 전혀 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암기를 중요시 하니 암기를 잘했느냐로 변별력을 가려야 하고, 그러니 점차 이상한 문제를 출제하게 됩니다. 일본에선 (due) to 명사 이렇게 괄호 안의 단어를 맞추는 시험을 보지만, 미국은 due to, thanks to, because of 등등 다양한 표현 모두가 맞으니 굳이 특정 단어를 암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도대체 중고등학교, 대학교 수학, 과학경시대회에선 1-2등을 다투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도대체 실전 연구에 가서는 노벨상, 필즈상 하나 수상하지 못하는 문제가 무엇일까요? 도대체 선행학습이 가능한 경시대회에서는 잘 하는 학생들이 미국의 대학원 이후 창의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막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창의력이란 결국 낯선 상황에 대한 적응력입니다. 암기위주로 주입식 교육을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낮선 상황에 대처할 수가 있을까요? 미국 대학의 이공계 대학교수중 10%가 한국 교포출신 교수인데 도대체 왜 노벨상은 안 나오는 것일까요? 이게 한국적인 상황만은 아니란 것이지요. 우리가 가진 교육방식의 문제지요. 미국 교포들이 SAT 고득점을 위해서 한국으로 역유학을 오고, 한국의 사교육은 갖은 편법으로 미국이 금지하고 있는 기출문제 유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지요. 토플제도가 바뀔때마다 갑자기 평균성적이 뚝 떨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 한국, 일본의 순서로 성적이 올라가는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기초실력은 안중에 없고 편법을 통해 기출문제를 외워서 해결을 하는 것이지요.

수능시험 성적을 2-3년동안 계속해서 쓸 수 있도록 하려면 난이도를 과학적으로 유지해 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수능시험의 문항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가능해야 하지요. 그런데 이게 안됩니다. 출제 자체가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냥 일본 것을 베껴온 환경탓이지요. 도대체 개별 문항이 어떤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것인지 과학적인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가 없지요. 그냥 뭉뚱그려서 추상적으로 사고력문제다 라는 식이지요. 문학의 해석을 통해 주인공의 생활태도가 무엇인지를 맞추는게 무슨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거지요? 아무 관련이 없지요. 그냥 독자가 다양하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을 객관식화하고 변별력을 위해 다수의 문학적 해석을 정답으로 해 놓는 것 이외에 없지요. 이유도 모르고, 그냥 남이 하니까 따라가고, 그 기준이 사회의 모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회를 계속 끌고가야 하나요? 과학적인 사고를 해 봅시다.

삶에 도움이 되면 해야하지만,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것을 단지 그 기준이 사회계층을 결정하니 그 기준에서 무조건 이기자라는 식으로는 그만 해야지요. 실력으로 승부하는 사회에서 기존의 기준이 힘을 발휘할까요? 도대체 세계최고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왜 창의력없이 외국것을 베끼기만 할까요?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외부로 나가야 하고, 외부로 나가려면 문화적응력을 키워야 합니다. 토익만점의 말한마디 못하는 허수아비를 양산하는 공부에서 기초체력과 실력이 겸비된 다양성에 너그러운 학생들을 키워 동남아로 외국으로 내보내야 하는 스위스, 네덜란드 식의 경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북구의 유럽들은 노르웨이처럼 산유국이거나 스웨덴, 핀란드처럼 이케아 등 창의적인 대기업이 국민기업으로 있는 나라들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먹을 거리도 없고,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대주주만을 위해 움직이는 대기업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내수시장만으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국수주의는 국가주의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여러분 혹시 민족과 국가가 같은 말인줄 아시나요? nation이란 한 단어로 씁니다. 과학적으로도 우리 유전자는 게놈프로젝트 결과 남방계, 농민이 60%, 북방계, 유목민이 40%라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 최고란 것은 기분은 좋을 진 모르지만, 외국인에게는 차별이란 이름으로 보여지고, 행사되어집니다. 우리가 괜히 동남아 노동자를 괄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외관주의 교육이 외국인을 차별하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외국인이 100만명이 넘는 세상에서 우리 민족 최고만으로는 세상과 소통할 수 없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은 아직도 제3 시장을 만들기 위해 미얀마 등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우린 내수시장이나 국내 정치만 바라보고 살려고 합니까? 최소한 동북아의 균형자는 못되더라도 아시아에서 가장 외래에 개방된 아시아 국가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것이 자랑스러울 때는 우리가 남을 도울때이지 그냥 문을 닫고 여기서 우리끼리 자화자찬하고 있을때가 아닙니다. 남을 돕지 못하는 것을 독창성이란 이름만으로 자랑할 가치가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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