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인은 저작권 해적이 아닌 저작자가 되어야 한다.

최재원


[이 글은 전북대학교 영자신문 The Companion Vol.20 No. 149 Summer 1999에
커버스토리로 실린 영문 컬럼(English Column)의 한글본 입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정부 공공기관을 비롯, 대학에 관한 집중적인 불법복제 
단속을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단체가  대학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
기하기도 하였고, '칵테일'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대학의 서버를 통해 무단으
로 배포한 A대학의 경우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의 저작권법상의 책임이 문
제가 되어 현재 소송에 계류중이기도 하다.

  혹자는 영리목적도 아니고, 교육을 위해 이용되는 대학을 상대로 한 저작
권 집중 단속은 지나친  행위가 아닌가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또한 혹자는 
소프트웨어 구매예산을 배정하지도 않고  단속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대학생 개인의 차원에서는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
에게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지나치게 비싼 것이 아닌가 하며  자신의 불법복
제 행위도 나쁘지만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은  더 나쁘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결국 '법은 지켜야만 하는 것인가?' 라고  하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질문
에 대한 이러한 논란은 우리의 저작권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저작권이 무엇인지, 또한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무단복제 행위에 대해서 무엇이 불법행위인지를 
살펴보고, 실제 피해사례를 통해 우리가 쉽게 저지르고 있는 불법복제의 피
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살펴보자.


  나와 나의 친구의 권리, 저작권

  대학생 여러분, 심지어 10대의 일기나 수필도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다. 저
작권의 보호대상은 복제할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이다. 여러분이 복제를 하고
서 그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모순
이기 때문이다.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은 그 자신만이 복제,  배포를 할 권리
를 가진다. 저작권에 관한한, 모든 권리는 저작물의 창작자에게 유보되어 있
다. 따라서 어떠한 행위이든지 간에 그것이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이
상 그것은 저작권의 침해행위가 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인터넷 등의 컴퓨터 통신에 글을 쓴 것을 신문사에서 허락도 없
이 게재한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다. 이성친구에게 준 
편지가 여러분의 허락도 없이 공개가 된다면 그것은 공표권의 침해이다. 여
러분의 레포트를 누군가가 편집을 해서 다시 제출하게 되면  그것은 여러분
의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된다. 저작권은 소설가나 음악가 등 특별한 사람
의 권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권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의 해적행위, 불법복제

  대학생들이 책을 사지 않고, 복사가게에서 단체로 복사를 하는 경우가 많
다. 책의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고  하지만(그렇다고 자동차가 너무 
비싸므로 그냥 훔쳐서 운전하고  다니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전형적인 대학생의 불법복제이다.

  B는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학생이다.  B는 다른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아
다니며 열심히 레포트를 작성하는 것을  보고 원시인이라고 비웃으며, 자신
은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같은 제목의 레포트를 찾아서 약간의 수정만 하여 
제출하였다(심지어 이름만 바꾸어 제출한 적도 있다). B는 참으로 인터넷을 
잘 활용한 학생인 걸일까? 물론 아니다!  영어 레포트를 번역해서 제출하는 
것을 포함해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행위인  것이다. B는 소중한 
인터넷을 불법복제의 도구로 전락시킨 진짜 원시인인 것이다.

  C는 대학 컴퓨터 동아리의 대표이다.  C는 친구들을 위해서 인터넷 등의 
활용을 위한 유용한 소프트웨어들을 제공하고  싶어, 대학에서 제공하는 컴
퓨터 서버를 자료실로 공개했다. C는 사회에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물
론 아니다! 소프트웨어는 베타버전이든 쉐어웨어이든지간에 보호를  받으며, 
설사 비영리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배포를 하는 것은 맹
백한 저작권 침해행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의로 컴퓨터 서버를 제공한 
대학까지도 저작권의 침해자로 만들어버리는 일을 해 버린 것이다.

  이 밖에도 컴퓨터 통신을 통하거나 혹은 길거리의 벽에 CD리스트를 붙여
놓고 저렴한 가격에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라고 하는 행위들, 이를 실제로 사
서 이용하는 행위 그리고  컴퓨터를 구매하면서 여러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달라고 하여 이를 이용하는 행위 등은 모두 불법행위이다.


  대학 컴퓨터 서버를 통한 불법복제, 칵테일 사건

  최근 각 대학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공개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실제
로 많은 대학에서 무단으로 소프트웨어들을  배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칵테일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 D사에서  개발한 멀티미디어 제작프로그램인 
칵테일이 A대학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수백여부가 무단으로 배포된 사
건이다. 물론 A대학은 자신의 컴퓨터 서버에 이러한 자료가  있었다는 사실
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대학의 컴퓨터 서버를 통한  불법복제는 이른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저작권법상의 책임문제라 하겠다. 트럼펫  윈속 사건에서는 쉐어웨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단으로 제공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
라는 판결이 나왔다. 컴퓨터 서버의 관리자가 당해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저
작권 침해행위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하더라도,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서버라고 하는 것은 순식간에 대량의 불법복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한 
도구이며, 이러한 도구를 관리하는 사람에게는  높은 수준의 관리책임이 요
구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온라인 서비스의 제공자는 책임을 지게 된
다는 것이다.


  대학의 전자도서관과 저작권

  도서관의 전산화를 추진하면서 논문의 원문제공서비스나 소장자료의 원문 
제공 서비스를 하려는 이른바  전자도서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 
많이 있다. 그러나 전자도서관 프로젝트의 핵심인 저작권 문제는 현재 별로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저작자들의 이
용허락이 필수적이지만 현재의 논문 이용허락과정을 보면 동의서를 쓰지 않
으면 논문을 받아주지 않는 등 강제성을 띄고 있어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
다.

  전자도서관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극단적으로 책은 단 한권만  팔리고 나머
지는 모두 이 전자도서관을  이용해 열람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전자도서관을 통해 열람되는 책들은 모두 이른바 디지털  자료라고 해서 '0'
과 '1'의 신호로 처리되기 때문에 원본과 사본의 구별이 되지 않는 고품질의 
자료이다. 인터넷을 통해 내일자의 신문기사를 본 사람이 돈을 지불하고 신
문을 사 볼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유로 현재의 형태와 같이 무
료로 제공되는 전자도서관은 저작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것이라 하겠다.

  결국 전자도서관이 이용자들로부터 이용요금을  받고, 이를 저작권자들에
게 로열티의 형식으로 지불하는 방법이 될 수밖에 없지만 이럴 경우 서점과 
전자도서관의 구분은 무의미해지게 된다. 물론  전자도서관이 이와 같이 이
용요금을 받더라도 공공 인터넷 센터를 확충, 무료로 책의 열람만이 가능하
게 한다면(현재와 같이) 정보의 격차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S/W 벤처산업, 돌 맞은 개구리는 아닌가?

  우리 정보산업의 초창기인 1989년경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는 400여개를 
넘고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는 100여개도 남아 있지 않다. 미국의 불법
복제률이 27%정도인 반면에 우리나라의 불법복제률은  6-70%에 달하고 있
는 볼 때 이러한 우리 소프트웨어 벤처산업의 쇠퇴가 해당 기업의 잘못만이
라고 질책하기엔 부끄러운 면이 있다.

  컴퓨터 통신망에 제공된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최초의 저작권 침해 사건의 
경우에도 저작권자가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기는 했지만, 이미 회사는 부도난 
상태였다. 또한 1996년 8월에 발생한 이야기 7.3사건에서도 다른  버전의 경
우 통상 20만부가 팔리던  소프트웨어가 통신망을 통해 불법적으로  공개된 
이후 단 한건의 주문도 오지 않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1998년에 
발생한 칵테일 사건에서도 월매출이  90%이상 격감하는 등의  피해가 있었
다.


  결론(conclusion)

  혹자는 가요시장을 예로 들면서 길거리의 노점상의 불법복제 테잎이 오히
려 CD의 판매를 늘린다고 하면서 소프트웨어도 오히려 무료로 배포해야 한
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대학생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기엔  너무나 비싸다고 
하는 변명과 함께). 그러나 가격이 싼 불법테잎을 산 사람이 노래가 좋다고 
해서 가격이 비싼 CD를 살 이유가 없고,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학생용 버
전은 대부분 3만원 내외면 구매할 수  있었고, 최근엔 심지어 1만원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복제가 자행되고 있다.

  한 소프트웨어 업체의 대표는  우리나라의 저작권 문화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가격이 비싸다고 남의 아파트의 함부로 들어가 살고, 무
형의 물건이라고 해서 남의 예금계좌에서 돈을 빼내고 하는  것이 정당하다
고 하면 말이 되는가"라고. 또한 그는 저작권은 우리나라의 전통 제도가 아
니다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선시대에 어느 선비가 남의  글을 자신이 
쓴 글이라고 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저작권은 국제협약에 의거 우리나라만 보호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
다. 160여개국이라는 수많은  나라를 전부 설득하지  않는 이상 국제협약의 
개정도 불가능하다. 결국 저작권의 보호는 우리가  법을 지킬 것인가 말 것
인가의 문제라 하겠다. 어떠한 변명도 우리  자신의 부끄러움은 숨길 수 없
는 것이다.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부끄러움 말이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쇠퇴가 경영상의 잘못 등 때문이라고 일방적으
로 비판을 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불법복제라는 돌팔매질을 그들,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에게 해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제 대학인, 우리
들은 저작권의 해적이 되지 말고 창의적인 저작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여러분들은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희망을 만든
다는 생각을 하였으면 한다. 희망이 되는  프로그램 개발자를 탄생시켜야만 
우리나라의 장래 소프트웨어 업계가 밝아진다는 것이다.  그런 희망을 지향
해 가는 청소년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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