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佾 17] “사야! 너는 양을 아끼지만,”

  안녕하셔요!
  며칠간은 "대화체"를 쓰지 않고 딱딱체(?)로만 썼었답니다. 그러다가도
금방 대화체로 되는 것을 애써 잡아가며 편지를 쓰곤 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그것이 또 어느새 자리를 잡구 마치 대구집에 갔다가 서울에 왔다가
하면서 말씨가 완전히 이상해졌던 것같지 뭐에요.

  심지어 그땐 아! 이것이 대구말이구나 하고 과장된 느낌을 받기까지 하
고 또 서울에 와선 또 이것이... 하구요. 하지만 금새 또 익숙해지곤 했지
요. 마찬가지이겠지요. "신천"얘기에 그것이 생각이 났답니다. 국민학생땐
자전거 타구 깨끗하지도 않은 그곳(지금은 한강처럼 꾸며놓았지만요(?))에
가곤 했는데... 요즈음엔 정말 도시를 흐르는 신천이라는 말씀이 딱 어울
릴 정도에요. 하긴 몇년전만 해두 비가 오면 고기들이 상류로 부터 떠내려
와서 그냥 주어도 된다고 할 정도일 때두 있었지만요. 오늘도 논어중에 한
구절을 드립니다.
====================================================================
  子貢이 欲去告朔之희羊.한대
  子曰.. " 賜也!아 爾愛其羊,가 我愛其禮!하노라 " ( 八佾 열일곱번째 )
--------------------------------------------------------------------
참고 : 朔 (삭) 초하루 : 朔望奠 (삭망전) 상가에서 매월 초하루와 보름
                                        날 아침에 지내는 제사
       희 --> 食(먹을 식부) + 氣(기운 기자)
             (희) 보낼 
       賜 (사) 줄, 여기서는 사람 이름 : 賜祭 (사제) 대신이 죽었을 때
                                         임금이 칙사를 보내 제사지내
                                         게 하던 일
       爾 (이) 너 : 爾今 (이금) 지금부터 이후
       佾 (일) 춤 : 佾舞 (일무) 무인을 여러 줄로 벌여 세워 추게 하는
                                춤의 한가지
====================================================================
  자공이 고삭례(告朔禮)에 바치는 산양을 치우려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 사야! 너는 양을 아끼지만, 나는 예를 아끼고자 한다. "
====================================================================
  "유학"이니 "논어"니 하면 흔히 조선조의 경직됨이나 허례를 떠올리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이지요. 물론 "허례"는 잘못이고 경직됨 역시 잘못이
나 그렇다고 하여서 "예절"이나 "유학"이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극과 극의 부딪힘이지요. "유학"이라고 하면 으례 허례
를 떠올려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창의성이 없이 
조선조의 그대로, 흔히 성리학이라고 하는 즉, 주자의 해석만을 주장하고
현대적인 해석(스승의 그림자를 벗고)이나 적용엔 무리가 있거나이지요.
  
  개인주의라기 보다는 심각한 이기주의의 발로로 겉으로는 허례를 금지
하는 것을 찬성하는 것 같지만 실은 예를 거부하는 것은 아닐까요.
  솔직해야 함은 물론이나, 그렇다고 해서 예절을 모르는 사람도 솔직해
야 한다고 그대로 행동한다면 정말 "전도"그 자체이지요.
  그 내면을 예(禮)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지, 형식(외면)을 내면의 무례
에 맞추는 것이 그것이 솔직한 것이므로 형식주의보다는 좋다는 것은
너무나 전도된 가치가 아닐까 해요.
  가령 공정성을 얘기하며, 타인이 큰 잘못을 범하고도 처벌이 안된다고
해서 자신의 잘못도 처벌되서는 안된다면 너무 과장된것이 아닐까요.

  흔한 것으로 "촌지"라는 것이 있지요. 스승에게 배움을 얻고나서 그 배
움에 감사를 드리는 분은 매우 드물지요. 심지어 찾아 뵙지도 않는 것이
다반사이지요. 그런 것이 학기초엔 만연하지요. 
  이래서는 정말 "전도" 그 자체이지요. 선생님은 음성만 들어도 매우 즐
거워 하시지요. 때론 많은 제자들에 기억이 없을지라도 사제라는 것은 그
것이 아닌가 보아요. 

  그렇지만 우리에겐 "유학"의 이데올로기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때로는
한 계층에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되거나, 해석이 되었지요. 충효만을 강조
하고 자신이 할 도리는 다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
지만요, 그렇다고 해서 본질을 호도하여 즉, "인간"이 문제인것을 "유학"
이 문제라고 인식되어지는 것도 분명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안녕히 계셔요...!                      1993.8.26.
  사로 올림                                      잠자리에 들며...
이 글은 카테고리: 논어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으며 태그: , , (이)가 사용되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